명아주 나무 지팡이 청려장, 만드는법

명아주 나무 지팡이 청려장, 만드는법

한국 전통사회에서 장수를 기원하며 노인에게 하사되었던 명예의 지팡이, 청려장은 오늘날에도 10월 2일 노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100세 어르신께 전달되는 상징물로 남아 있습니다. ‘청(靑)’은 푸르다는 뜻, ‘려(藜)’는 명아주를, ‘장(杖)’은 지팡이를 가리키니, 말 그대로 푸른 명아주 지팡이라는 이름입니다.

명아주 나무 지팡이 청려장

통일신라 이래 고려·조선까지 이어져 내려오며, 왕이 장수를 누린 신하나 백성에게 내려 주었다는 기록이 여럿 존재합니다.

---

청려장의 역사적 기록

• 삼국유사에는 신라 왕실에서 장수를 기리는 선물로 청려장을 내렸다는 서술이 전해집니다.
•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종 7년(1407) 80세 이상 노인에게 청려장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보이며, 이후 세종·숙종 연간에도 유사 사목이 반복됩니다.
• 1948년 정부 수립 후 한동안 중단됐다가 2000년대 초 복원되어, 2007년부터는 ‘대한민국 100세 노인 청려장 전달식’이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매년 열립니다. 최근 2024년 행사의 경우 2 658명의 100세 어르신께 청려장이 전달되었고, 2025년에도 동일한 방식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왜 명아주일까?

명아주 줄기는 속이 비어 가볍고, 3~4개월 이상 천천히 건조하면 섬유질이 고르게 수축해 목질화됩니다. 무게는 250-300 g에 불과하지만 성인 남성이 힘껏 내려쳐도 잘 부러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여, 지팡이 재료로 최적입니다. “가볍되 약하지 않고, 단단하되 무겁지 않다”는 특유의 물성이 장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입니다.

---

명아주(Chenopodium album var. centrorubrum)의 이해

명아주 생물학적 분류

• 계 - 식물계 Plantae
• 문 - 속씨식물문 Magnoliophyta
• 강 - 쌍떡잎식물강 Magnoliopsida
• 목 - 비름목 Caryophyllales
• 과 - 명아주과 Amaranthaceae
• 속 - 명아주속 Chenopodium
• 종 - 명아주 C. album var. centrorubrum

꽃말: ‘거짓과 속임수’ — 비름나물과 헷갈릴 만큼 닮았지만 다른 식물이라는 데서 유래합니다.

명아주 생태적 특징

명아주 꽃과 명아주 열매

• 생육 기간 : 4월 발아 → 6-9월 개화 → 10월 종자 성숙
• 키 : 60 cm - 2 m
• 분포 : 전 세계 온대·냉대 지역, 밭두렁·빈터 어디서나 번식
• 내성 : 척박한 토양·건조 환경에서도 생존, 초여름 고온 스트레스에 강함

명아주 식·약용 활용

명아주 나물 

• 어린순은 데쳐 무치면 부드러운 ‘봄나물’로, 국·전·무침 등 다채롭게 이용됩니다.
• 한방에서는 종자를 ‘청련자(靑蓮子)’라 하여 진해·거담·소염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나, 현대 임상 근거는 제한적이므로 식약동원 수준으로만 접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청려장 명아주 나무 지팡이 만드는법

명아주 나무 지팡이라고 부르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명아주는 목본이 아니라 초본입니다. 청려장 지팡이는 명아주 나무 지팡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명아주 지팡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1. 재료 선별

• 줄기 굵기 : 직경 12-15 mm 전후, 마디가 촘촘하고 곧게 뻗은 개체를 채취
• 채취 시기 : 꽃이 지고 줄기가 녹갈색에서 연한 황갈색으로 변할 무렵(9-10월)
• 전처리 : 잎·곁가지 제거 후 흐르는 물에 세척, 표피의 미세 이물질 제거

2. 자연 건조

• 직사광선 차단: 그늘에서 90일 이상, 통풍이 원활한 곳에 세워 두어 수분을 서서히 증발시킵니다.
• 균열 방지: 주기적으로 위치를 바꿔줘 줄기 전체가 균등하게 마르도록 관리합니다.

3. 열·압 착형

• 수분 함량이 15 % 이하로 떨어지면 낮은 온도(80-90 °C)에서 단시간 스팀 처리를 통해 조직을 연화한 뒤,
• 전통 목형(木型) 또는 현대식 금형에 넣고 양쪽에서 눌러 마디 굴곡을 직선에 가깝게 교정합니다.

4. 표면 다듬기 및 코팅

• 대팻날·사포로 외피의 거친 돌기를 제거한 후 옻칠 2-3회 → 광택과 내구성, 방수 성능을 확보합니다.
• 완전 건조 후 손잡이 부분만 황칠·채색을 넣어 미적 포인트를 주기도 합니다.

---

현대 사회에서의 청려장 가치

1. 공공행사·국가 의례

• 노인의 날 : 대통령 명의 축하카드와 함께 전달, 개인·지역별 기념식 동시 진행.
• 문화재 시연 : 지방자치단체·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전통 방식의 제작·시연회를 열어 일반인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2. 공예·관광 상품

• ‘장수지팡이’라는 스토리텔링으로 관광객 기념품 수요가 꾸준합니다.
• 국내 일부 공예가는 현대적 감각의 레이저 각인, 세라믹 손잡이 결합 등으로 디자인을 차별화하여 수출길을 모색 중입니다.

3. 노년 친화 디자인 연구소재

• 300 g 내외 초경량 소재, 손아귀 피로도를 줄이는 인체공학적 곡선 등이 주목받으며, 실버 산업에서 에코-어시스티브 기기 모델로 응용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명아주 지팡이를 오래 쓰는 법

보관

• 장기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습도가 60 % 이하인 실내에 세워 보관하세요. 눕혀 두면 자연 만곡이 재발할 수 있습니다.
• 직접 열원(온풍기·난로) 가까이 두면 옻칠이 갈라질 수 있으니 피합니다.

관리

• 이물질이 묻으면 마른 천으로 닦고, 물청소 시에는 바로 그늘에서 말립니다.
• 옻칠 표면이 희끗해지면 1000번 이상의 초미세 사포로 결 따라 살살 문질러 준 뒤 천연 왁스를 얇게 코팅하면 광택이 되살아납니다.

---

오해와 진실

“명아주 나무 지팡이”라는 표현?

명아주는 한해살이 풀입니다. 줄기가 목질화된다 해도 식물학적으로 나무가 아니므로 정확히는 **‘명아주 지팡이’**가 옳습니다. 다만 전통문헌에도 ‘藜木(려목)’이라 부르며 ‘목질화된 풀’을 편의상 나무로 간주한 흔적이 있어, 오랜 구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셈입니다.

중풍 예방에 효험이 있을까?

본초강목, 동의보감 등에 ‘藜杖을 쓰면 풍을 피한다’는 기록이 등장하지만 현대 의학적 실증 연구는 없습니다. 균형 잡힌 식이·운동·정기 검진이 중풍 예방의 핵심이며, 청려장은 정신적·상징적 의미로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결론: 청려장이 전하는 메시지

명아주는 잡초라 홀대받기 쉽지만, 세심한 가공을 거쳐 청려장으로 재탄생하면 한평생을 기리며 미래 세대에 전통을 잇는 매개체가 됩니다. 정부·지자체의 청려장 전달 행사는 노인의 사회적 공헌을 재조명하고,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 세대 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화려한 금속·탄소 섬유 지팡이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흙에서 솟은 한해살이 풀이 지닌 가벼움과 단단함은 생명력과 장수의 상징으로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노고를 다한 백 년의 세월을 한 자루 지팡이에 응축해 전하는 한국 고유의 지혜, 청려장이 앞으로도 우리의 자연과 공예, 그리고 어르신을 잇는 다리가 되길 기대합니다.

---